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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좌 - 전시도록 이래도 좋은가...류경선 칼럼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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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도록 이래도 좋은가...류경선 칼럼 ②

ugs.jpg 전시의 계절이 돌아왔다. 덕분에 단풍이 절정인 요즘 우리집 우편함은 매일 같이 누군가의 개인전이나 그룹전 각종 공모전을 알리는 도록과 초청장으로 넘치고 있다.


대개는 얇은 것들이지만, 그 중에는 우체통에도 들어가지 못할 만큼 큰직한 것도 있다. 그런데 보낸 이들 가운데는 낮익은 사람뿐 아니라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오랜 동안 교직에 몸담았던 탓인지 타대학 졸업 작품집 역시 제법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잊지 않고 보내준 그 마음은 물론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어느 사진가가 “전시가 끝나면 남는 건 도록 밖에 없더라”라고 말한 자조 섞인 탁식은 왜 우편함이 전시도록으로 넘쳐 나는지를 말해 준다. 전시란 건 사나흘, 길어야 엿새 정도면 끝나는 행사이다.  현실적으로 그 많은 전시들을 다 찾아가 볼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록에 실린 작품들을 넘겨보며 아쉬움을 달래게 된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어디서 사진을 배운 사람인지 , 누가 작가 소개를 썻는지, 작업노트의 내용은 새로운 것인지를 훑어보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이후엔 방 한구석으로 밀어놓고 먼지가 쌓이도록 몇 주를 방치하다가 결국 정말 아까운 것들만 빼고는 다 치워버리게 된다. 보내준 사람에겐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모두 그대로 두다가는 책장은커녕 집안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버려지는 작품집들은 적게는 4-5백에서부터 많게는 2-3천 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 들이다.


극소수 작가를 빼고는 전시회에서 도록이 생각만큼 팔리는 것도 아니고, 관람객이 줄을 서는 것도 아니다. 길이 막히고 바쁜 일상 속에서 전시평을 쓴다는 사람들조차 그 많은 전시장을 찾아다니지 못하게 된지 오래다. 때문에 전시도록은 전시에 올 수 없는 지인들에게 그 내용을 보여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작품을 충실하게 재현하기 위해서 비싼 종이를 써서 고급 인쇄에 고급양장제본으로 펴내게 된다. 전시회 자체 못지않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이미 관행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렇게 돈을 들여 만든 수많은 도록 앞에서 감동을 느끼거나 숙연해지기가 어려운 것은 어째서일까? 무엇보다 도록의 일차적인 기대는 창의적이며 예술성이 넘치는 새로운 작품세계를 찾아 보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고급스러운 겉포장과는 달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또는 어디에서 본 듯한 진부하고 천변일률적인 작품들이 폐이지를 매운다면 어떤 이유로든 그것은 좋은 도록이 도리 수가 없다.


진정으로 작가들이 도록에 들이는 형식은 가볍더라도 내용은 무겁기 그지없는 도록을 받고 싶다. 도록을 보고 그 전시장을 찾아가보고 싶어 날짜를 세며 벼르게 되고 뒤늦게 도록을 확인해 전시를 놓쳤을 경우 무릎을 치면서 내 분주함을 한없이 탓하게 되는 그런 도록 말이다. 이제 연말이 다가올수록 집에 오늘 도록의 숫자는 훨씬 늘어나게 도리 것이다.  하루에도 몇 권씩 묵직한 도록을 내려놓고 가는 우편배달 아저씨에 대한 미안함이 부끄럽지 않은 도록이 그 무게만큼 왔으면 한다. 그리하여 버리지 않아도 되는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전시도록으로 책장 칸이 모자랐으면 하는 것이다.  - 다음호에 계속-